내가 이대로 중년이 된다면... 가장 후회되는 것들은 무엇일까? 사랑, 일, 무엇이든 미친듯이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군 전역 후, 죽을 것 같은 허전함에 6개월동안 밤잠을 설치고 해가 뜨고서야 눈을 감았다. 무언가에 매달리지 않으면 삶의 의미를 잃을 것 같았던 시간. 지금도 그 허전함이 마음에 남아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분명 1년전까지만해도 지금 이 생활을 애타게 원하고 있었는데, 막상 지금 누리는 행복의 소중함을 모른다. 몇년 지나면 통장에 돈이 꽤 모이고 바라던 사랑도 하고있겠지, 그때도 입으로만이 아닌 마음속으로 진정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행을 가고싶다
3시간을 걸어 길어온 물로 동생들을 씻기고 남은 구정물로 세수하는 누이를 보며
멍청이는 마음 껏 더운물에 샤워할 수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아야 한다
바싹마른 빵조각을 온가족이 나누고 그것마저 없어 굶어죽고 까마귀에 뜯기는 아이들을 보며
멍청이는 아무 생각없이 회사에서 나온 샌드위치를 쓰레기통에 쳐밖는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아야 한다
찌는 더위에 300원짜리 말라리아 백신이 없어 죽는 갖난 아이와 그것을 지켜보는 어머니를 보며
멍청이는 U빌딩의 자동온습도조절 시스템과 종일 대기중인 양호선생님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막대기와 엉성한 북으로 하루종일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젊은이들을 보며
멍청이는 팬션에서 풍성한 술과 음식으로 잘짜여진 일정의 워크샵에서도 즐기지 못함을 부끄러워 해야한다
맛보지 못한 음식 알지 못한 의미 듣지 못한 소리들 끝없는 길과 하늘을 지나며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있는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걱정한 모든 것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알아야한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신의 인생이 고마운지 온 마음으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