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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 소감문생각 2008. 6. 12. 01:36
Respect
“아저씨 왜 이래요 미쳤어요? 우리 좀 가만히 두세요!” 교실에서 뛰어다는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려하자 내 허리춤밖에 안 오는 꼬맹이 하나가 내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금요일 마다 1시간은 3,4학년 영어보조교사를, 1시간은 6학년 영어를 가르치는 노릇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아동센터 아이들은 내가 말하면 오지게 말을 안 듣는데 센터 선생님 말씀은 예쁘게 “내~” 대답까지 하며 따르니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센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할 때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고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는 아이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순응하게 만들었다. 수십번을 보고서야 거기에 내가 모르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없는 첫 번째 필수요소는 Respect였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나와 평등하게 대하는 것. 시끄러운 교실에서 난 ‘강압’보다 ‘존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내는 것을 보았다.
Fun
초등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왜 이렇게 집중을 안 하는지, 그 놈에 핸드폰은 왜들 그렇게 조물딱 거리는지 진도 나가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그런데 내 수업시간엔 따분해서 오만상을 다하던 애들이 센터 선생님 수업시간엔 노래하고 게임하고 재밌게 공부하면서 수업진도마저 팍팍 나간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와 센터 선생님의 수업을 지켜보면 다른 요소가 있다. 노래. 나의 문법영어와 달리 율동을 가미한 노래는 아이들의 표정을 생기 넘치게 만들었고, 외우라 하지 않아도 영어가사를 즐겁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 상벌이 없는 게임으로도 폭소를 자아내며 수업시간을 짧다고 느끼게 만드는 능력. 마지막으로 칭찬. 아이들에게 과장된 칭찬은 엄청난 자신감을 선사했다. 난 ‘잘했다’, ‘맞다’ 정도의 째째한 칭찬이었다면, 센터 선생님은 확실한 표정부터 놀라는 제스쳐까지 아이를 위한 풍성한 칭찬이었다. 나에게 없는 두 번째 필수요소는 Fun 이었다. 그것은 어느 자리에서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Change
처음 지역아동센터를 가기위해 영구임대주택단지를 지나는 데, 보이는 사람들은 알콜중독자, 장애인, 노약자 등 소외계층이 대부분 이었다. 내가 돌볼 아이들의 부모들이었지만 미래가 없어보였고 지나갈 때마다 “난 저렇게 안 되겠다.”고 되뇌였다. 솔직히 처음엔 내가 여기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동센터를 떠나기 몇 주 전 내게서 변화가 있었다. 말 안듣는 아이들에게 권위적으로 손가락질 하며 이야기 하던 이기적인 ‘아저씨’는 이제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는, 수업시간엔 오버하며 칭찬을 하는 ‘선생님’으로 변해있었다. 떠든다고 혼내기만 하지말고 아이들 편에서 순수한 마음과 명랑한 기운을 함께 느끼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들도 나에게 무한한 관심과 웃음, 사랑을 아낌없이 돌려준다. 또 자신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이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맞다. 몇 주 안 남았을 때 아이들이 가장 예뻤다.
Our Future
아이들은 절대로 그들의 부모들처럼 소외계층으로 살게 해선 안 된다. 처음에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해서 놀랬는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부모에게서 전달된 잘못된 인성을 바로잡고, 질 좋은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 그러기위해 나와 같은 자원봉사자는 분명 베풀고 오는 것 이지만, 얻는 것도 분명히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더 나이가 들면 깨닫기 힘든 것들 말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해관계 없이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이번 기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