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세상 2008. 2. 12. 03: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채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Designed by Tistory.